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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 제재 무력화 위해 암호화폐 이용 가능성"

GOBT 2022. 2. 24. 14:56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러시아 당국과 기업들이 미국 등 서방의 제재 무력화를 시도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제재로 미국인의 러시아 은행, 석유 및 가스 개발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러시아가 입은 경제적 피해가 컸다. 경제학자들은 당시 제재로 러시아에 연간 500억 달러(약 6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추산했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암호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시장은 풍선처럼 커졌으며, 이는 제재를 집행한 측에는 나쁜 소식이었지만 러시아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2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해외 자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이를 차단하는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기업들은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서방의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연방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로펌 페라리앤드어소시어츠에서 자금세탁 방지를 맡고 있는 마이클 파커는 “러시아는 이것(대러 제재)의 결과물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았다”며 “그들이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재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동맹이 아닌 적대국들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특히 미국이 외교적 수단으로 제재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달러가 기축통화로 국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암호화폐가 제재의 효과를 떨어트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제재를 적용하기 위해 정부는 자국 국민이 거래를 피해야 햐는 개인 및 기업 명단을 만든다. 명단의 구성원과 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면 무거운 벌금을 부과 받는다. 효과적인 제재 프로그램의 핵심 열쇠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다. 전 세계 은행들은 제재 집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행들은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돈 세탁 방지법은 제재 대상 기업의 거래를 차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 시장의 폭풍적인 성장은 이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은행들은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의 구매와 판매를 촉진하는 거래소와 플랫폼들도 이런 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은행만큼 고객의 신원을 추적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암호화폐가 미국 제재 프로그램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여러 암호화폐 관련 도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를 사용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만 하면 된다는 것.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옛 러시아 제국의 영토를 회복하려 한다는 세간의 주장을 반박했다. 2022.02.23.

암호화폐 거래는 블록체인에 의해 투명하게 공개되지만, 러시아는 거래의 추적을 어렵게 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적발되지 않고 제재 대상인 러시아 기업들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례도 있다. 이란과 북한은 서방 제제 효과를 완하하기 위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과 유엔은 최근 조사를 통헤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 프로그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랜섬웨어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훔쳤다.

러시아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2020년 10월 모스크바의 한 신문에 디지털 루블은 러시아가 미국에 덜 의존하게 만들고 제재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 기업들이 디지털 화페로 거래할 의향이 있는 어떤 나라와도 국제은행 시스템 밖에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정부가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있는 이란 등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다른 국가와도 거래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이미 중앙은행이 자체 디지털 화폐를 출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러시아와의 거래에 “한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암호화폐가 제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야야 파누시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교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위험을 야기한다”며 “이들 국가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피해 거래를 할 경우 미국의 제재가 갖는 힘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재를 받은 러시아 기업들은 랜섬웨어 공격을 이용하여 제재 회피 전략을 전개할 수도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커가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입해 피해자가 암호화폐로 비용을 지불할 때까지 디지털 정보를 차단하는방식이다.

랜섬웨어 산업 성장에는 러시아가 있다. 블록체인 추적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nalysis)’가 지난 1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랜섬웨어 수익의 약 74%에 해당하는 4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페가 러시아와 연관된 법인에게 돌아갔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최대 불법 온라인 시장 ‘히드라( Hydra)’를 통해서도 불법자금이 러시아로 유입됐다. 2020년 한해에만 히드라에서 암호화폐로 10억 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다.

킴 그라우어 체이널리시스 연구소장은 “히드라는 동유럽 전역 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며 “국경을 넘는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블록미디어]